사람사는 세상

노 대통령의 유서를 읽고 또 읽어보니

pulmaemi 2009. 5. 28. 09:18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슨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처음엔 너무나 억울하게 삶을 마감하는 분의 유서치고는 너무 관대하고 단순하다 싶어 인터넷에 떠도는 조작설이 자꾸 떠올랐지만 이 유서를 보면 볼 수록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큰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인 노무현의 진가가 이 유서에서 보석처럼 빛이 나고 있습니다.

글 한자 한자에 담겨 있는 그 분의 진실한 마음과 사람사는 세상에 대하여 끝까지 놓지 않고 있는 따뜻한 마음, 자신이 사랑했고 또 자신을 사랑했던 주위의 모든 사람을 한없는 깊이와 넓이로 배려하는 마음.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깊은 지성, 소탈한 품성, 따뜻한 사랑과 자애로움..

나로 받은 여러사람의 많은 고통이라는 말로서 그간 수사의 부당함은 물론이요 썩은 권력을 추구하는 검찰과 쓰레기 언론에 대하여, 과거로 회귀하려는 더러운 정파들에게, 주둥아리 달렸다고 한마디씩 해쳐먹은 모든 잡것들에 대해 죽어도 씻지 못할 양심의 가책을 던져 주었음을,

너무 슬퍼하지 말며 미안해하지도 원망하지마라고 하시며 자신을 사랑한 사람들을 끝까지 챙기고 이끌어 주시는 영원한 지도임을,

운명이라며 화장하라며 죽음 뒤에도 멈추지 않을 투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신 불굴의 정신을 이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분의 뜻대로 집 가까운 곳에 작은 비석을 세워 민주 성지로 삼아 광주 망월동의 비석들과 함께 영호남 성지를 균형있게 이뤄서 그 분이 그토록 신념을 가지고 추진하셨던 지역감정 철폐의 상징으로 삼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분이 살아온 자취와 그분의 일관되게 걸어오신 길을 되새겨 보노라면 조작된 유서라고 하며 인터넷에 떠도는 나머지 글들은 대인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쓰실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러기에는 그 내용이 다소 소인배스럽고 명박스럽기까지 합니다. 군더더기같아 보입니다.  이미 죽음으로서 남은자들에게 모든 필요한 말씀을 하고 계신 것이며 사악한 자들에게는 끝도 없는 추궁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저들에게는 차라리 유서로 남겨지는 몇마디의 추궁과 결백에 대한 주장, 또는 죽음 그자체로 모든 것이 마무리 되어질 수 있도록 글과 함께 남겨진 변명같은 것 이 있었다면 오히려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더 엄청난 추궁이 추상같이 끝도 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 분의 할말이 한두마디, 서너마디 이겠습니까? A4 용지 몇장이겠습니까? 그분이 실제 남기신 이 짧은 유언은 백만장의 분량의 유서보다도, 글로써 남겨 놓은 천만가지 의혹에 대한 해명보다도 더 엄청난 위력을 가질 뿐 아니라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추상같은 추궁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 분은 앞으로 모든 분야, 모든 사람들에게 끝도 없이 나타나서 우리 사회와 우리들의 삶에 함께할 것입니다. 그 분을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들에게는 그 분의 삶이 나라를 위한 바른 판단과 결정에  가르침으로 서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분을 죽이고자 했던 저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죽으면 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겠지만 죽음이 오히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을 깨닫고 더욱 당황하며 두려워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그 분이 죽음과 함께 남긴 이 짧은 유서가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이 저는 눈에 보입니다.

사족하나)

김동렬씨는 중앙일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을 그분이 던진 마지막 승부수라고 한 것을 놓고 심히 분개하였지만, 저 역시 그분의 글에 동감하여 분노에 치를 떨었지만 지금에 다시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는 과연 승부수이기도 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노무현 이름만 들어도 무섭고 그들에게 노무현의 존재자체는 두려움 그것이었기에 이제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되어 그들만의 완전한 세상이 오나 싶었는데 웬걸 죽고 나서도 무서움이 사라지긴 커녕 더욱 큰 두려움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고는  노무현의 대통령을 자살을 승부수라고 천박하게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에게는 한 없는 슬픔이요, 안타까움이요 분노지만그들에게는 끝없는 두려움이자 부끄러움이요 씻을 수 없는 죄의식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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