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놈.놈 - 시즌 2
- 비열한 놈, 멍청한 놈, 한심한 놈
(서프라이즈 / 독고탁 / 2009-04-15)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본 드라마 중에 그런 게 있더라. 여고시절 띨띨한 편이었던 여인이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나은 친구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심에 빠져 권모술수로 친구의 애인을 가로채 결혼한 후 사회에서 만나 같은 꼴로 아옹다옹한다는 그렇고 그런 얘기.. ‘멍충이처럼’ 못난 감정 하나 다스리지 못해 인생을 헛길에서 방황하게 하는 케이스 되겠다.
역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하게 비추어졌던 사건과 사고의 첫 시발을 들여다보면 말도 안 되는 이유인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살아가며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의 파국을 초래할 만큼 큰 갈등도 사소한 감정 - 미움, 열등감, 시기심, 질투심 등 - 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데 대부분 그런 원초적 감정은 숨긴 채, 그럴듯한 이유로 포장을 한다.
최근 ‘박연차 리스트’로 불리는 일련의 사건과 진행 과정을 보면 그와 다르지 않다. 그 사건의 첫 단추가 ‘미움, 열등감, 시기심, 질투심’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감정이 없는 로봇일 것이다. mb 출범 후 1년간 온갖 쥐죽을 쑤며 지지율 바닥을 기는 동안 봉하마을 찾는 사람들 소식을 보고 들을 때마다 얼마나 어금니를 학대했을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일 수가 없어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이 바로 ‘비리’ 어쩌고.. ‘법치’ 어쩌고.. 하는 논리인데, 목표를 정해놓고 그에 짜 맞추려고 하니 검찰이나 청기와나 무리에 무리를 더하는 무한 도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논리도 없고, 고민도 없고, 기본도 없다. 저인망 쌍끌이 방식으로 바닥을 훑는 식으로 수사를 한다.
왜 전직 대통령은 금전거래를 하면 안 되나? 왜 전직 대통령의 조카는 투자를 받으면 안 되나? 왜 전직 대통령의 조카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주주로 있는 회사에 투자를 하면 안 되나? 왜 전직 대통령의 부인은 자신의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채무를 일으키면 안 되나?
자본주의 민주국가에서는 어느 위치에 있든, 누구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자신의 보유만으로 부족하면 금융기관을 이용하든, 개인 간 채무를 발생시키든 누구나 자유롭게 금전관계를 가질 수 있다. 문제는 불법성 여부인데, 확실히 내어 놓을 자료가 있다면 그걸 제시하고 소환을 하든 처벌을 하든 하시란 말이다.
범법성 여부에 대한 기본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모든 경제활동과 금전거래를 있는 데로 까발려 놓고 범죄시하고 있다. 미주알고주알 초등학생 알림장 불러주듯 해 가면서 마치 무슨 대규모 간첩단 검거한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고 있으니 ‘먹칠을 하고, 망신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유치원생들도 다 알 지경이 되었다.
찌라시를 도배하는 활자들도 가관이다. ‘~라고 보고 수사에 착수’,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인지 여부를 수사중’, ‘돈거래가 있었는지 추궁’등등.. 무슨 물통 하나 달랑 매고 무전여행 떠난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여기저기 손 벌려 가며 수사를 하는 꼴이 한심하다 못해 안쓰럽다.
사감(私感)이 뻗쳐 무모한 짓을 벌인 놈이나, 오더(order) 받고 세무 권한을 바닥 훑는 데 썼던 놈이나, 설정한 목표에 맞추어 짜깁기식 수사를 하는 놈이나, 그에 맞춰 깨춤을 추고 있는 찌라시들이나.. 모두 비열한 놈들이다.
멍청한 놈
대상이 누구인가. 전직 대통령이다. 그것도 지금까지 가장 도덕성이 높다고 평가받았던 전직 대통령이다. 그렇기에 불법성에 대한 확고한 증거를 확보하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는 최대한 신중하고 조심스러웠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마셔야 할 우물에 침을 뱉고 오줌을 누는 놈을 우리는 멍청한 놈이라고 부른다. 코앞을 못 보는 것이다.
자신이 가야 할 길 앞에 지뢰를 설치하는 놈이 제정신일까? 그것도 발이 열네 개나 달린 놈이 말이다. 도덕적으로 불량한 자가 ‘도덕’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들은 코웃음 친다. 그것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자신보다 더 도덕적으로 불량한 위치까지 끌어내리는 방법인데, 과연 그렇게 될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머리 숙임’에는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살수차를 동원해 소나기를 뿌려대는 것도 모자라 대형 선풍기를 틀어 놓으면, 우산 쓰고 우비 입는 짓도 부질없으니 그냥 물줄기를 맞고 가겠다’는 것이다. 상식의 선에는 누가 안에 있고, 누가 바깥에 있는지 시간과 기다림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 것이다.
노 대통령에게 준 돈의 대가로 박연차가 얼마나 큰 이권을 챙겼는지 밝히지 못하면 검찰은 뿌리째 흔들릴 참이니 어떤 이유로든 올가미를 씌우려 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상식선에 부합하는지 아니하는지는 사람들이 판단할 줄 안다. 그 상식에 대한 믿음이다. 선의에 의한 도움인지 역시 상식으로 판단될 일이다.
만약 거래를 통해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라면 삼성과 같은 기업이 나을 것 아닌가. 삼성에게 돈 받아서 문제 된 적 있었나? 오히려 삼성에서 돈 주는 것 고발을 하고, 그 전달자 노릇을 했다고 고백을 해도 오히려 고백한 사람을 작살 내는 판인데 왜 이권 같은 것 챙겨줄 것 별로 없는 코딱지 만한 회사와 이권거래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멍청하다.
‘반대 효과’가 있다. 죽이려 달려드는 자들이 들이미는 칼날에 당연히 붉은 피가 흘러 사람들의 시각을 자극하지만, 찔러서 나올 것이 피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국회의 예산통제도 받지 않고 정권의 쌈짓돈이라는 특별교부금조차도 전액 행자부에서 쓰도록 했던 대통령이 무엇이 아쉬워 이권청탁수뢰를 했겠는가라는 기본적인 고민도 없으니 멍청하고, 그래서 밝혀지는 내용들이 개인적 채무로 귀착될까 두려워 떨고 있는 놈들 역시 자신이 판 함정에 자신이 빠져야 하니 멍청한 놈들이다.
대통령의 측근들이 개인적으로 자금을 빌려야 하는 사정이 무엇을 말하는가. 그만큼 권력형 금전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증빙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죽이겠다고 달려들어 오히려 그것을 입증해주고 있으니 멍청한 놈이 아니고 무언가.
한심한 놈
비열한 놈과 멍청한 놈들이 모여 명분을 만들고 포장을 해서 서서히 몰고 가는 방향이 ‘저수지 물빼기’ 계략이다.
민주개혁 쪽 정치인에게 단돈 일 원 한 푼이라도 지원하는 사람은 이런 꼴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효과, 그것이 그들의 노림수다. 태공은 물고기를 낚시로 잡고, 어부는 그물로 잡는다. 그런데 밧데리를 쓰거나 청산가리를 뿌려 잡으면 이건 아예 씨를 말리자는 뜻이다. 참으로 비열하고 치사한 짓이다.
한 술 더 떠, 저수지에 물을 빼서 잡자고 한다. 호남 기업들을 빡씨게 세무조사하여 기업인을 구속시키고, 금전거래가 있었던 모든 정치인과 기업인을 범죄선상에 올려놓고, 불법성도 입증하지 못하면서 꽹과리를 치며 입맛대로 혐의내용을 만들어 내는 꼴이 바로 그 목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언가.
‘박연차 리스트’로도 모자라 이제는 ‘강금원 리스트’로 분화시킨다. 윤태영 전 대변인 퇴직 후 얼마, 여택수 전 비서관에게 생활비로 얼마, 어떤 연구소에 임대료 얼마.. 그들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고 주었는지 수사 한다고 팡파르를 울린다. 멍청한 놈들이 한심한 길로 접어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가장 가까이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지적 관계의 강금원 회장이 (그분 입장에서 보면 어린애 같은) 윤태영, 여택수등 새까만 후배들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준다? 이런 걸 ‘소가 웃다가 딸꾹질해 죽을 일’이라고 한다.
형편이 나은 맛형이 어려운 아우들에게 살림에 보태 쓰라 건네어 줬을 거라는 정황은 그분들의 면면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손바닥처럼 들여다 보이는 일이다. 어려운 일이 있다면 윤태영, 여택수가 강금원 회장에게 부탁해야 할 입장이지.. 강금원 회장이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그런 식으로 매도되는 것은 그분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결국, 안개가 걷히고 진실이 온전히 드러나게 된다면, 노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진으로 오랫동안 함께 하고 정권운영에 참여했던 그 젊은 사람들 역시, 개인적으로 궁핍함을 벗어나지 못할 만큼 공과 사를 분명히 하며 일했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입증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니, 그 논란 역시 잃을 게 없다.
그것을 보지 못하거나, 죽이려 달려들어 부지불식간 그 길로 몰아가는 자들은 참으로 한심한 놈들이다.
ⓒ 독고탁
덧글 : ‘잘못은 잘못이다’ 그것은 노 대통령께서 하실 수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사리사욕’이 밝혀지지 않는 한, 우리의 판단은 유보입니다. 우리 나와바리에 있다는 사람들 중에 심리적 불안정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간혹 보입니다. 마음 편안히 하시고 직관으로 담담히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가난한 우리들, 그러나 최선을 다하며 사리사욕에 빠지지 않았던 우리들’,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눈을 다시 맑은 물에 씻으시고, 공연한 자책감에 입이 삐죽이 나오는 분, 그 입을 찢어버리세요. 그런 분 역시 한심하니까요.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입니다. 저수지에 물 빼는 짓이 보이지 않습니까?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3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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