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사회

불한당들의 천국

pulmaemi 2015. 7. 23. 17:21

대한민국을 정확히 보려면 지대(rent)라는 현미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대를 불로소득이라고 불러도 좋다. 건강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장점 중 하나는 지대추구를 불온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지대는 다른 누군가 혹은 사회가 만든 부다. 따라서 지대를 독식하는 건 사회 혹은 타인이 만든 부를 노략질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신분의 세습을 금기로 여기고, 상속이나 증여에 고율의 과세를 하는 건 그 때문이다. 지대를 공공이 환수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수록 사회는 정의로워지고 효율적이 된다. 반면 지대를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이 독식하고 이를 정치권력이 제어하지 못하는 나라는 반드시 사멸했다.

 

​지대를 특정집단이 독식하고 지대추구를 권장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은 건강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라고 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이 지대추구 혹은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두 사례를 보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됨에 따라 이재용은 연매출 300조원을 올리는 삼성그룹의 주인이 됐다. 이재용은 44억원을 20년만에 8조원으로 불렸다. 18만%의 수익률이다. 이재용이 한 건 아무것도 없다. 이재용은 단지 이건희의 아들이었을 뿐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심복들은 세금 단돈 16억원을 내고 이재용을 대한민국 제일의 부자로 만드는 기적을 만들었다. 설사 이 기적이 합법의 외피를 둘렀다고 해도 정당한 건 결코 아니다. 이재용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획득한 천문학적 부는 넓게 보면 사회의, 좁게 보더라도 회사나 주주 등의 몫이 압도적으로 클 것이기 때문이다.

지대추구 혹은 불로소득의 대명사는 부동산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변창흠 등에 따르면 1998년 이후 10년간(1998년~2007년) 발생한 토지불로소득의 규모가 무려 총 2002조 원이었다고 한다. 충격적인 건 조세 및 부담금을 통한 환수규모는 총 116조 원에 불과하여 환수비율이 고작 5.8% 수준에 머문다는 사실이다. (10년간 개발이익 2002조...환수액은 35조) 더구나 이런 천문학적인 규모의 토지불로소득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는 게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2007년 10월 당시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2006년 토지소유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토지소유자중 상위 1%(50만 명)가 민유지의 57%, 상위 10%(약 500만 명)가 민유지의 98.4%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한당(不汗黨)을 한자로 풀면 땀을 흘리지 않는 무리라는 뜻이 된다. 땀을 흘리지 않고 남이 일한 걸 합법이건 불법이건 전유하는 건 불한당 짓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불한당들의 천국이다.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불한당을 줄이고 지대를 공공이 환수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지대를 극소수의 사람들이 독식하고 지대를 누리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시탐탐 지대를 취할 궁리만 한다면,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