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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도 죽었지만 서울도 죽었다.

pulmaemi 2009. 1. 21. 10:41

(서프라이즈 / 두 아들 아빠 / 2009-01-20)

서울은 그동안 지방의 생산물은 물론 사람까지 모든 촉수를 동원해서 빨아 들여 거대한 바벨탑을 쌓았다. 그러던 서울이 수도권이라는 이름의 신도시에 다시 빨려 나갔다. 서울의 변두리는 도시 빈민으로 채워져 갔다.


강북의 몇 개 구는 과거 수년 동안 서울대에 단 한 명의 학생도 입학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 입학이 교육 질의 척도는 될 수 없지만 우리 사회가 일류라 인정하는 기준에서 멀어져 간 것만은 사실이다.


반면에 수도권에 빨린 지방은 점점 화석화되었다. 지방의 고등학교 교문 밖에 이런 플래카드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축! 홍길동 서울대 합격” 그 속내는 ‘지방의 어려운 실정에서도 이 사람을 서울로 진상합니다!’


서울에 진상된 사람은 다시는 자기 고향에 오지 않는다. 오더라도 서울의 마트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 온다. 자기 고향을 위해서 일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단 한 푼의 돈도 쓰지 않는다. 지방의 토호들은 이들을 서울과 연결되는 촉수로 이용하여 지방에서 안정적인 세력을 구축하는데 이용한다.


도시는 자체적으로 힘이 있어서 모든 촉수를 동원해서 지방의 물자와 사람을 빨아들이고 한번 들어 온 사람은 나가지 못하게 한다. 도시에서 철저히 실패한 자도 한밤중에 취객을 실어 나르는 대리운전을 시키거나, 심지어는 노숙자를 만들지언정 밖으로 배출하지 않는다. 도시는 오로지 쓰레기만 배출한다.


오늘 새벽 서울 복판 용산에서 철거민들이 불에 태워져 결국 인간이 소각된 쓰레기가 되어서 도시 밖으로 배출되는 천인공노 할 사태가 벌어졌다. 그동안 경찰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공권력이란 권력의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다가 이명박 정권이 정권 유지 차원에서 주어진 칼을 휘두르게 하니 신바람이 나서 휘두르다 결국 대형 사고를 치게 되었다. 그래서 경찰이 영원한 권력의 개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이 인간이라면 최소한 설은 넘기고 했어야 했다.


서울의 지자체 의원 총 106명 중, 한나라당 소속의원을 무려 100명이나 뽑아주었다. 6명은 그저 오차 범위라서 모두를 뽑아준 것과 같다. 과거 증폭이 계속되어왔던 서울은 정치적으로 진보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래서 권력이 한 곳에 몰리는 것에 균형을 주어왔다. 하지만 더 이상 증폭이 멈춘 서울은 도시의 패악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다. 집 한 칸의 가격을 올려 보겠다는 서울 시민은 영혼이 사망한 자들이다. 도시란 증폭을 멈추면 빅뱅만이 남을 뿐이다.


초기 도시는 결집과 통합, 분업의 힘으로 도시민의 생활에 윤택을 주었다. 하지만 성장을 멈춘 도시는 분열과 차별로 치닫게 되어 있다. 지금의 서울이 딱 그런 격이다. 강북과 강남으로 차별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분열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생존의 문제가 걸리면 죽기 살기로 덤벼들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강경진압을 시도했으니 사상자가 나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세상이 바뀐 줄도 모르고 있다.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든다며 도시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빈민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가진 자를 채워 놓기 식의 개발독재는 살벌한 공안 정국과 도시가 증폭했을 때는 통했다. 하지만 수도권은 지방에서 더 이상 사람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자체 증폭도 멈춘 상황에서 무리하게 재개발을 하여 뉴타운도 완전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어찌 보면 일련의 사태는 서울이 빅뱅을 앞두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과정에서 부른 참사다. 영혼이 사망한 서울특별시민과 화석화된 지방의 토호들이 낳은 괴물 이명박을 통해서 말이다.


고단한 삶을 마감하신 용산 철거민의 영혼과 유가족분들에게 삼가 머리를 조아려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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