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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쇄도는 축구의 기본...그래서 박지성이 빛났다

pulmaemi 2009. 2. 15. 09:40

[칼럼] 국가대표팀의 대 이란 경기가 남긴 교훈은?

 

2월 11일 있었던 축구경기.

네 번째 치르는 2010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동의 강호 이란. 과거전적으로 미루어 볼 때 승리를 기대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는 상대였다.

원정팀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가진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경기. 원정팀이 쉽게 적응하기가 어려운 고지대(해발 1200미터)에 있다는 점도 그러하지만, 경기장을 꽉 채운 10만 무슬림들이 마치 주문이라도 외는 듯 웅얼거리는 응원 소음(?)은 이슬람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원정팀 선수들 입장에서는 고역 중 고역인 까닭이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 전력의 핵심 중 하나라는 이영표와 박지성의 컨디션.

이영표는 바이에른 뮌헨과 사투를 끝내자마자 테헤란에 도착한 다음날 경기였고,박지성 또한 그 전날 도착한 상태였다.

강철체력이라고 해도 시차나 기후풍토는 극복하기 힘든 일이다.

남미에서 월드컵이 열리면 남미국가가 우승을 하고, 유럽에서 월드컵이 열리면 유럽국가가 우승을 한다는 징크스도 따지고 보면 그런 이유에서다.뻔한 일이 아닌가.

이란감독은 그런 약점을 추궁할 수밖에. 박지성은 끊임없이 이란 수비수들에 의해 둘러쌓였으며, 이란 공격수들은 이영표가 교체될 때까지 계속 우리의 오른쪽을 집중공략했다. 입장이 바뀌었더라도 우리 또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경기분석은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해 놓았으니 거기에 더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한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설왕설래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를 주도한 쪽은 한국이었다. 더 많은 득점찬스를 잡은 쪽도 기술적으로 체력적으로 우세한 쪽도 한국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란이 먼저 득점했다.

후반 13분 이란은 먼저 프리킥찬스를 골로 연결시켰던 것이다. 원정팀이 먼저 실점했으니 큰 위기라 할 수 있었지만, 한국은 잘 극복했다. 서두르지도 않았고 천천히 이란을 몰아부쳤다.

몇 번의 찬스를 날린 후 한국은 후반 36분 기어코 만회골을 얻어냈다. 기성용이 프리킥을 한 공이 이란 골키퍼의 손에 맞은 뒤 흘러나오는 순간. 박지성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렸다. 그 장면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잘 기억해보라.

어렴풋이라도 생각나는 게 있는 건 축구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인 까닭이다. 사실 그 장면은 축구의 기본이기도 하다. 즉 우리 편이 슈팅하는 순간 공격수들이 골문을 향해 쇄도하는 건 기본이다. 수비수들 또한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예측하면서 마크해야 한다.

더 말 할 필요도 없이 그 때 박지성은 기본에 충실했다. 열 번 슈팅이면 열 번 문전을 향해 쇄도해야 하고, 백 번 슈팅이면 백 번 문전을 향해 쇄도해야 한다. 수비수들은 또한 쇄도하는 공격수들을 마크해야 하는 것 또한 자명한 일.

그게 축구의 기본이다.

이란 수비수 셋이 순간적으로 아차~박지성을 견제하고자 황급히 뛰어들었지만,이미 때는 늦었고,나머지 선수들은 수비수들이 쌓던 벽 근처에 머물렀다.물론 그 순간 선수들이 축구의 기본을 망각하고 있었을 리 없다.

후반 36분 정도였으니 숨이 차오르고 몸이 천근만근이었을 수도 있다. 2002년 우리는 히딩크와 함께 월드컵 4강을 이뤄냈었다.
온 국민이 하나 되었으므로 4강을 이뤄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기적이라고도 했지만, 엄밀히 말해 그건 기적이 아니었다.

폴란드 미국 포르투칼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그런 나라들을 상대로 히딩크와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건 축구의 기본이었다. 체력부터 먼저 만들고 팀웤을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키웠다. 달리는 방법부터 다시 배웠고, 몸싸움을 하기 위한 훈련방법부터 다시 익혔었다.

돌아보면, 세계 최고의 윙 중 하나라는 피구를 농락하고,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하나라는 토티를 희롱하고,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라는 푸욜을 좌절시킬 수 있었던 것 모두.

기본에 충실했었다는 사실 하나에 근거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란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은 그런 기본을 보여주었다. 다만 박지성이 가장 기본에 충실했으므로 만회골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전체적으로 양팀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양팀 모두 선수들간의 호흡은 잘 맞지 않았고 패스는 자주 끊겼으며 경기는 루즈했다. 이란은 보나마나 뻔한 약점을 추궁하지 못했으며, 한국은 결정적 득점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해 상대를 굴복시키지 못했다.

1 : 1 무승부.

결과적으로 한국은 지지 않았고, 이란은 이기지 못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한 발 더 다가섰고, 이란은 월드컵 본선에서 한 발 물러섰다. 절반의 성공을 거둔 한국, 절반의 실패를 거둔 이란. 우리 팀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건 기성용이었다.

임무에 충실했고 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몇 차례 강력한 슛을 날렸고, 만회골의 시발점이 된 프리킥을 찬 선수지만, 하일라이트는 누가 뭐라고 해도 박지성의 골이다. 필자는 그렇게 확신한다.

월드컵본선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고 해도 방법은 있다. 호날두나 메시와 같은 선수들의 개인기가 아무리 엄청나더라도 그게 축구의 전부일 리 없다. 그들보다 더 기본에 충실하다면, 그런 개인기를 가진 팀과 경기를 치르더라도 2002년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표팀은 그런 자세로 남은 경기를 치르는 한편 월드컵본선을 준비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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