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해명요구 교사에 “당신이 뭔데 입시 관여하나”
[데일리서프] 고려대의 2008년 수시 모집에 지원한 한 고교 출신 학생 4명 중 내신성적은 물론 비교과 영역까지 가장 우수한 학생은 떨어지고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합격한 사례가 또 드러났다고 한겨레신문이 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서울 ㅈ 여교 3년생 ㅇ아무개, ㅂ아무개, ㄱ아무개, 또다른 ㄱ아무개양 등 네 명은 지난해 내신 위주로 뽑은 고려대 수시 2-2학기 일반전형 1단계에서 고려대 정경대학에 지원했다. 그 결과 성적이 가장 좋은 ㅇ아무개양만 불합격했다.
ㅇ양은 내신등급이 1.67로 각각 2.02, 2.11, 2.78인 나머지 학생에 견줘 월등히 좋았다. 이에 담임교수가 고려대를 찾아가 경위를 묻자 고려대는 “비교과 영역에서 당락이 갈렸다”고 말했다고 학교 쪽이 전했다.
그러나 비교과 영역에서도 ㅇ양은 월등했다. 3년 내내 개근이었고 1~3학년 기간 동안 줄곧 우등상을 받았다. ㅇ양은 모범상·효행상 등 교내상은 물론, 서울시 사립중고등학교장회가 주는 교외상인 선행상도 받았다. 장애인 봉사 23시간을 포함해 모두 96시간의 봉사활동을 했고, 국어능력 인증시험 3급과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2급 자격증도 획득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반면 이번에 합격한 ㅂ양은 1-1학기에만 우등상을 받았고, 봉사시간도 67시간으로 ㅇ양에 비해 적었다. ㄱ양은 교내상 외에 교외상을 받은 적이 없고, 봉사활동 역시 86시간이었다. 또 다른 ㄱ양은 2~3학년 동안 10차례 결석을 했고 교내상은 받은 적이 없으며 교내 동아리 활동에서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ㅈ여고는 공문을 보내 고려대에 해명을 요청했으나 고려대측으로부터 되레 위압적인 공문을 받았다.
이 학교 3학년 부장인 장아무개 교사는 “1단계 전형 결과 발표 뒤 떨어진 학생 담임이 고려대에 찾아갔으나 ‘비교과 영역에서 당락이 갈렸다’는 말만 들었다”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학교장 명의의 공문에 지원 학생들의 교과·비교과 영역 자료까지 첨부해 해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일 넘게 답변이 돌아오지 않아 장 교사는 고려대 입학처에 전화를 했다가 “당신이 뭔데 남의 입시에까지 관여하느냐”며 “업무방해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고 한다.
고려대는 한달이 지난 뒤인 지난해 11월27일에야 A4 한 장짜리 답변서를 ㅈ여고에 보냈다. 답변서에는 “성적처리 기준에 합당하게 처리되었”다며, “1단계 합격자들이 논술고사에 매진해야 할 시기이므로 사실이 아닌 의혹을 제기하여 혼란을 야기하면 또다른 학생의 피해가 염려”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모집요강에 안내한 내용 이외의 질의서 관련 부분에 대하여는 답변을 드릴 수 없”다며, 구체적 해명은 회피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장 교사는 “공문 내용이 해명을 거듭 요구하면 합격한 다른 학생 3명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며 “학교장 명의로 총장에게 공식 질의한 것인데, 이렇게 오만불손한 태도로 대응하는 것에 놀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고려대를 상대로 ‘입학전형 중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했던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교사들도 고려대로부터 비슷한 대응을 겪고 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 교사 5명은 지난달 15일 고려대 측의 요구로 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과의 간담회를 가졌으나 ‘입학전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언론이 악의적 보도를 계속해 사태가 악화됐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서울진학지도협의회장 조효완 교사는 “진학 담당 교사들이 ‘제3의 기관에 맡겨 고려대가 수시 2학기 전형에서 이용한 교과·비교과 산출 시스템을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해보자’고 했지만, 이 제안도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는 “일선 고교와 학생들은 대학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다”며 “1단계를 통과한 학생들과 내년에 고려대에 지원할 학생들을 위해 소송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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