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함께 한 모두를 대신하며
2010년 5월 23일 봉하에서 / 이해찬 전 국무총리 추모사
존경하고 사랑하는 내 마음속의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는 당신을 이렇게 부릅니다.
대통령님이 가신 그 자리에, 대통령님이 누워계신 이 자리에
1년 만에 우리는 다시 모였습니다.
당신의 다정한 그 목소리를 다시한번 듣고 싶어서, 대통령님의 웃음 가득한 얼굴을 다시 보고 싶
어서 이렇게 모였습니다.
대통령님! 우리들 마음속의 대통령님!
시간이 가면 서서히 잊혀 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리움만 더욱 커져갑니다.
꽃이 진 뒤에야 비로소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폭군이 죽으면 그의 폭정이 끝나지만 순교자가 죽으면 그의 가치는 새로이 시작됩니다.
제가 가까이서 모신 대통령님은 늘 한결 같았습니다.
부끄러움과 수줍음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은 참지 못하셨습니다.
수줍음이 많았기에 늘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대통령님은 언제나 정의로운 사람 노무현,
인간적인 사람 노무현, 바보 노무현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은 '이의있습니다'를 외치며
민주주의를 위해 젊음을 바치셨습니다.
국민통합의 정치를 위해 일생을 바치셨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 몸을 던지셨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워 아무도 가려하지 않았던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은 결코 굴하지 않는 도전 의지와 용기로,
자기희생과 헌신으로 드라마 같은 인생역정을 만드셨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마지막까지 진정 바보였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노래처럼 당신은 바보였습니다.
백배 천배 죄 많은 자들은 웃고 있는데 당신은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고
저를 버려달라고 하면서 한 순간에 몸을 던져버린 바보였습니다.
그런 바보 대통령님을 우리들은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내 마음속의 대통령님!
당신은 이렇게 성찰하셨습니다.
"20년 정치인생을 돌아다보았다.
마치 물을 가르고 달려온 것 같았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고 믿었는데
돌아다보니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
다른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대통령은 진보를 이루는데 적절한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 아닐까?"
이렇게 성찰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떠나신지 1년이 되는 지금
대통령님의 삶과 가치를 되새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제가 바뀌었고, 제 남편이 바뀌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 사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하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이제 절대 세상을 공짜로 살지 않을게요.
부모, 형제, 친구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알리고
우리의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리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밀알은 그저 하나의 밀알일 뿐입니다.
그 밀알이 죽어 땅에 묻히면 이듬해 수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작년 5월은 슬픔이었습니다.
올해 2010년 5월에는 수많은 꽃들이 만발했습니다.
깨어나는 시민들이 노무현의 부활을 말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그렇게 전진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내 마음속의 대통령님!
우리는 작년에 대통령님과 김대중 대통령님 두 분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참으로 황망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두 분이 떠나신 지금, 이 나라는 크게 흔들이고 있습니다.
두 분 대통령께서 평생을 바쳐 이루어 온 민주주의와 인권이
이명박 정권에 의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질서가 두 동강이 나 침몰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죽이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단식중인 명동성당 신부님들,
용산에서 뉴타운에서 삶터를 빼앗겨버린 철거민들,
일자리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
모든 분들의 가슴에 멍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두 분 대통령님의 말씀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깨어있으라 하지 않았느냐고, 행동하라 하지 않았느냐고 하시는
두 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다시 일어날 때가 되었습니다.
다시 싸울 때가 되었습니다.다시 일어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하겠습니다.
두 분 대통령님의 뜻을 이어받아 못 다 이룬 꿈을 완성하겠습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그날이 올 때까지
분노도, 슬픔도, 눈물도 참겠습니다.
대신 뚜벅뚜벅 당당하게 나아가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내 마음속의 대통령님!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히 하십시오.
부디 이 자리에서 영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2010. 5. 23
이 자리에 함께 한 모두를 대신하며
이 해 찬
※ 본 글에는 함께 생각해보고싶은 내용을 참고삼아 인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언론, 학문' 활동의 자유는 헌법 21조와 22조로 보장되고 있으며, '언론, 학문, 토론' 등 공익적 목적에 적합한 공연과 자료활용은 저작권법상으로도 보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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