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담도, 췌장질환

대사질환 함께 오는 건강의 황색 신호등 ‘지방간’

pulmaemi 2020. 8. 10. 11:15

술 안 먹는 비알콜성 지방간 5년 새 두 배 넘게 폭발적 증가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정상 간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5%를 넘으면 지방간이라고 한다. 술로 인한 알콜성 지방간과 술과 상관없이 당뇨병·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질환에 관련되어 발생하는 비알콜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최근 서구화된 식생활과 과도한 영양섭취로 인해 비알콜성 지방간이 급격히 늘었는데, 방치하면 간경변, 간암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방간은 원인질병에 대한 치료와 더불어 금주·식사·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와 함께 지방간의 원인 및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신현필 교수는 “예전에는 음주로 인한 지방간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소량만 마시는 데도 지방간이 생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해 3만1283명인데 반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9만9616명에 이르렀다. 지난 2015년 2만8368명에서 250%나 증가한 수치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알콜성 지방간과 유사하게 간에 지방이 만성적으로 쌓여 생긴다. 알콜성 지방간이 과음으로 생기는 데 반해 대부분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과 연관되어 발생한다.

신 교수는 “과식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내장지방 등이 우리 몸에 인슐린 저항성을 불러오고, 인슐린 저항성을 가진 대사 상태가 간에 영향을 미치면서 비알콜성 지방간이 생긴다”라며 “술을 전혀 마시지 않더라도, 비만이나 내장지방, 잘못된 식생활 특히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가 지방간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을 앓는 환자 중 상당수가 지방간을 앓고 있다.

지방간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가끔 가벼운 복부 통증이 오는 환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잦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염증을 동반하지 않는 단순 지방간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방치하면 서서히 진행되는 간 기능 저하와 손상을 막을 수 없다.

신 교수는 “특히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비알콜성 지방간염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아서 간 섬유화나 간경변증, 심해지면 간암까지 등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할 수도 있으므로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방간을 방치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간 섬유화다. 간 조직의 손상과 재생을 반복하면서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증상으로 섬유화 과정이 지속되면 간경변증으로 발전한다.

간경변은 간세포가 파괴되고 정상조직이 사라지면서 간기능이 상실되는 만성질환으로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신 교수는 “일단 간 섬유화가 진행되면 정상조직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다”라면서 “지방간을 앓고 있다면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소 잘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지방간은 자각증상이 없어 보통 혈액검사와 간기능검사 등 정기적인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확인하게 된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지방간이 있더라도 초음파와 간 수치가 정상범위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소화기내과 전문의 상담 후 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조직검사를 통해 간 내 지방의 침착 정도를 정확히 알고, 동반된 염증이나 섬유화 등을 확인해 지방간염이나 간경변증 등 예후를 판단한다.

신 교수는 “알콜성 지방간은 원인이 되는 알콜 섭취를 반드시 줄여야 한다”라면서 “비알콜성 지방간의 경우 지방간 자체를 치료하기보다는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등의 원인질병 치료를 통해 지방간 증상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질병을 치료하면 지방간도 좋아지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인슐린 저항성을 호전시키는 황산화제나 간세포 보호제 등을 투여할 수 있다. 특히 체중감량 자체가 인슐린 감수성을 좋아지게 하므로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한 체중감량과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다.

고도비만의 경우 식사와 운동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워 비만대사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지방간은 알콜이나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 비교적 원인이 뚜렷한 질병이기 때문에 위험요소만 조심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신 교수는 “평소 술을 줄이고,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과식이나 과도한 영양섭취를 줄이고, 적어도 한주에 3일 이상은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라며 “특히 근감소증이 생기면 체내 에너지 소비가 떨어져 지방간의 위험이 2~4배 증가하기 때문에 근력운동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