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지용준 기자]
이웃들과 대화가 단절된 채 홀로 생활하는 노인들은 우울감이 발생하거나 장애의 위험이 높아져 노년기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 장일영 교수와 소화기내과 박형철 전임의가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평창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408명의 건강상태를 관찰한 결과, 사회생활이 단절되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줄어든 ‘사회적 노쇠’ 노인은 사회생활을 잘 유지하는 노인에 비해 우울감 발생 위험이 4배 높았다고 5일 밝혔다.
또한 옷 갈아입기, 세수나 양치질하기, 식사 챙겨먹기 등의 일상생활도 혼자하기 어려운 장애 발생 위험도 2.5배 높아지는 등 사회적 노쇠가 전반적인 노인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여 노년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쇠란 일반적인 노화 과정보다 급격히 신체기능이 허약해져 장애나 입원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노화는 피할 수 없어도 노쇠는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노쇠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노쇠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인 요인으로 복합되어 있지만, 지금까지는 신체적인 노쇠에 대한 연구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노쇠 또한 향후 신체장애의 발생, 근력저하, 인지기능 저하와 사망에도 영향을 준다고 알려지면서 최근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평창군의 65세 이상 노인들은 우리나라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대표할 수 있는 표본집단으로 이은주 교수팀은 2018년 한 해 동안 408명(남자 172명, 여자 236명, 평균나이 74.9세)을 대상으로 사회적 노쇠의 유병률과 신체적 노쇠, 노인증후군 및 장애와의 연관성을 알아보았다.
사회적 노쇠 진단 방법을 통해 408명 중 노쇠는 84명(20.5%), 노쇠 전 단계는 121명(29.7%), 정상은 203명(49.8%)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노쇠로 나타난 84명의 노인 중에는 여성이 59명(70.2%), 남성이 25명(29.8%)으로 여성이 2배 이상 많았다. 남성보다 바깥활동이 적고, 혼자 사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여성에서 사회적 노쇠가 더 많은 주요한 원인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노쇠인 노인들의 우울감 발생 위험이 4배로 나타났고, 장애 발생은 2.5배로 나타났다. 그 밖에 인지기능장애와 근감소증, 영양부족, 낙상 위험도도 의미있게 높아져 사회적 노쇠가 노인증후군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평창군 노인 408명 중 신체적 노쇠 유병률은 67명(16.4%)으로 사회적 노쇠(20.5%)보다 적게 나타났다. 신체적 노쇠와 사회적 노쇠가 동시에 있는 사람은 37명(9.1%) 이었지만, 신체적 노쇠 없이 사회적 노쇠만 있는 사람도 47명(11.5%)이나 차지했다.
사회적 노쇠의 점수는 신체적 노쇠의 점수와도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으며, 장애를 예측하는데 있어 사회적 노쇠는 신체적 노쇠만큼 좋은 예측능력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신체적 노쇠와 사회적 노쇠를 합한 10가지의 문항으로 조사하는 것이 장애를 예측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연구책임자인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신체적 노쇠보다 사회적 노쇠를 가진 노인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사회적 노쇠와 노인증후군과의 밀접한 연관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들은 모두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건강악화 고위험군’이다.”고 밝혔다.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신체적으로 노쇠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노쇠가 있다면 노인증후군의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인지해 신체적인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이웃들과 자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공중보건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국제 환경연구·공중보건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메디컬투데이 지용준 기자(yjun8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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