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 메이트' 사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계약을 맺은 사실이 주목되고 있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은 2001년 5월 가습기 살균제 물품 공급계약을 맺은 후 2016년 10월 제조물책임 관련 추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자는 애경산업 이지만 원료물질인 CMIT·MIT 생산한 제조자는 SK케미칼이다.
제조물 책임계약에 따르면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를 준 사고가 발생하면, SK케미칼이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애경산업이 제 3자로부터 소송을 당할 경우 SK케미칼은 애경을 적극 방어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계약서를 근거로 애경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SK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업자는 ‘제조물에 성명·상호·상표 기타 식별 가능한 기호 등을 사용해 제조업자로 오인시킬 수 있는 표시를 한 자’도 포함돼 애경에도 책임을 지울 수 있다.
이마트가 PB상품으로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도 가습기 메이트와 동일한 제품이다. 애경에서 제품을 받아 라벨만 바꿔 판매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에서 SK케미칼은 책임의 주체가 되는 셈이다.
한편, 검찰은 안용찬(60) 전 애경산업 대표를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안 전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SK케미칼 이모 전무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유해성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고광현(62) 애경산업 전 대표를 구속기소 했으며, 증거 인멸 혐의로 SK케미칼 박철(53) 부사장을 구속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개발한 혐의로, 애경산업은 이 원료로 '가습기 메이트'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고발됐지만 증거불충분 등으로 기소 중지된 바 있다.
그러나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검찰은 책임을 부인해 온 SK케미칼에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회사는 PHMG 원료를 제조사가 아닌 중간 도매상에게 판매했기 때문에 그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쓰이는 몰랐다며 책임을 부인해 오며 법망을 피해갔다.
이번 재수사에서는 PHMG 원료 물질 공급 건과 관련해 조사에 나섰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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