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지용준 기자]
50대 중반에 접어든 중년 남성 K씨는 병원에 방문해 진료를 본 후 피 검사를 하게 되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피 검사를 한 적이 있지만, 여느 질환에 대한 특별한 소견이 없어 건강을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피 검사 결과 빈혈 증상이 나왔다고 하여 매우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피가 결핍될만한 의심 증상이 있던 것도 아니어서 걱정이 커져만 갔다. 중년 남성에게 갑자기 빈혈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은 자궁근종이 생겨 생리 양이 증가할 수 있고, 이 때문에 빈혈이 생길 수 있다. 흔히 빈혈은 어지럽다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하는데, 빈혈은 적혈구가 부족한 것이다. 적혈구가 부족하면 산소 공급이 잘 되지 않아 운동할 때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난다. 등산이나 에어로빅 같은 것을 하는 여성은 숨이 차서 병원에 오게 되지만, 운동을 별로 하지 않는 여성은 빈혈이 생겨도 증상이 적어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빈혈이 심해져서 적혈구가 줄어들면 적혈구들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노동자 숫자가 줄어든 공장을 가동하려면 노동자들이 더 일을 해야 하는 것과 같다. 적혈구를 돌려서 일을 시키는 기관이 심장인데, 결국 빈혈이 생기면 심장에 무리가 가게 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도 빈혈을 치료해야 심장을 보호할 수 있다.
남성의 빈혈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남성은 여성과 달리 생리와 같은 것으로 피를 흘리지 않기 때문에 철분결핍이 있다는 것은 어디선가 피가 샌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질 같은 질환도 있지만, 중년의 나이는 위암, 대장암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다른 증상 없이 빈혈 때문에 진단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속이 아프지 않다고 무시하면 위험하다.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유영진 교수는 “빈혈은 그 자체가 병이라기보다 다른 원인 질환이 있어 나타나는 증상 징후이기 때문”이라며, “배가 아프다고 진통제만 먹으면 위험한 질병을 놓쳐 큰 병이 될 수 있듯이 빈혈이 있다고 철분제제만 복용하면 꼭 치료해야 하는 위험한 질환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빈혈의 원인이 모두 철결핍은 아니다. 빈혈은 한 가지 원인으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적혈구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인 철분이 부족한 철결핍 빈혈이 가장 흔하지만, 엽산이나 비타민B12가 부족해도 빈혈이 생길 수 있고, 골수에서 적혈구를 잘 만들지 못하는 재생불량 빈혈이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같은 병도 있다. 흔히 빈혈약이라고 하면 철분제제를 말하는데, 철분제제는 당연히 철분이 부족한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다. 다른 이유 때문에 빈혈이 생긴 사람들에게는 피가 만들어지지 않아, 피를 만드는 재료인 철분이 몸에 쌓여 있는 경우도 있다. 철분이 너무 많이 축적되면 오히려 해롭기 때문에 철분결핍이 아닌 사람이 철분제제를 먹는 것은 빈혈이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유영진 교수는 “빈혈은 흔히 여성에게만 생기는 질환이라고 알고 있지만 남성에게는 새로운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며, “빈혈 증상에 따라 치료나 약이 다를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있으면 전문 진료를 받아 개인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지용준 기자(yjun8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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