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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식단 찾기 - 프리미티브의 전래식단 이야기 [아프리카 전편]

pulmaemi 2022. 3. 27. 21:53

당시 케냐의 국립 병원장이었던 앤더슨 박사는 프라이스 박사와의 만남에서 전통적인 부족의 사람들은 암에 걸리는 일이 극도로 드물었고, 십이지장 궤양, 방광염, 맹장염, 쓸개 이상 등의 질병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해주지요.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그는, 부족 전체에 단 하나의 충치는 물론 부정교합도 없는 경우를 여섯 번이나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 여섯 부족은 모든 부족민이 충치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운, 0%의 충치율을 기록했지요. 혹, 서문에서 다뤘던 우리나라의 충치율을 기억하시나요?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자면, 지난해 제주도와 부여군의 유치 충치율은 각각 44%와 48%를 기록했습니다.

이 아프리카 집단들은 뭘 먹었을까요? 첫 문단에 이미 썼듯, 하나의 동일한 식생활을 가지지 않았던 이들의 사회는 크게 목축, 수렵-채집, 그리고 농경 사회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의 부족들은 판이한 식생활을 가졌고, 모두 현대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건강을 누렸지요. 다만, 한 가지 모든 부족의 공통점을 꼽자면,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은 발효 음식을 성스럽게 여겼음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말라리아와 각종 가혹한 아프리카의 토착 질병들로부터 지켜주는 것이 바로 발효 음식이라 여겼지요. 그런데, 발효 음식이 아프리카에서만 중요하게 여겨진 것이 아님은 이미 아실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전편의 에스키모들이 발효 음식을 매우 소중히 여겼다는 사실과 스위스 뢰첸탈인들 또한 치즈를 주식으로 삼았음을 알지요. 하지만 발효 음식은 이 세 지역에서만 중요시된 게 전혀 아닙니다. 발효 음식은 오히려 전 세계 모든 원시 집단들의 전통에 포함되어 있었고, 그 중요성은 널리 이해됐습니다.

프라이스 박사가 아프리카 조사에서 만난 첫 번째 집단은 소떼를 치며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의 조사 당시, 특히 나일 강 유역에는 유명한 마사이족(Masai)은 물론 그 외 다양한 부족들이 오랜 목축의 전통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지요.

이들 식단의 단출함은 스위스의 그것 못지않았습니다. 우유, 피, 고기. 이 세 가지가 이들의 삼시 세끼였지요. 그리고 치즈 대신 신선한 우유와 요거트를 주로 먹었던 이들은 렌넷을 얻기 위해 스위스처럼 송아지를 잡지 않아 고기가 식탁에 오르는 일은 많지 않았고, 주로 우유와 피가 매일매일의 끼니를 형성했습니다.

아프리카 부족들을 목축, 수렵-채집, 농경으로 나눴지만, 사실 각 구분에 속한 모든 부족이 철저하게 그 범주 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딩카와 뉴어족은 목축 부족이지만, 부족의 일부는 건기의 끝자락 가장 황량한 날들에는 나일 강의 생선과 민물새우에 의존하기도 했습니다. 뉴어족은 "영혼을 돌보기 위해" 사냥 또한 많이 했지요. 이는 농경 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농사지은 것을 주식 삼기는 했지만, 소와 염소를 몇 마리 키우기도 했으며, 꾸준히 작은 동물의 수렵과 채집을 함께했습니다.

아프리카엔 농경 부족들 또한 많이 존재했습니다. 이들의 주식은 주로 수수와 기장, 호박, 콩류, 옥수수, 바나나 등이었지요. 농사 또한 한 해에 두 번 수확하는 이모작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들이 절대 비건·베지테리안이 아니었음입니다. 이들은 이미 논했듯 소와 염소를 몇 마리 키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식사의 10%가량이 지방과 영양이 굉장히 풍부한 곤충들로 이뤄졌습니다. 흰개미와 그 알을 대표로, 빅토리아 호 주변에선 특정 계절에 무지막지하게 번성하는 구더기들이 대량으로 채집되어 신선하게 먹거나 말려 저장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말벌, 딱정벌레, 나방, 귀뚜라미, 나비, 잠자리 등 다양한 곤충들이 음식으로 쓰였지요. 이런 지방질과 지용성 비타민이 아주 풍부한 곤충들은 비록 그 비중이 10%뿐이 되지 않더라도 농경 부족들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도록 도왔습니다. 농경 부족들은 이 곤충들을 매우 중요한 식품으로 여겼지요.

또한, 이들은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가졌음에도 "잎채소"는 기르지 않았습니다. 간혹 야생의 나뭇잎을 발효시켜 먹는 정도였지요. 브로콜리와 케일, 시금치 등을 이렇게 많이 먹는 사회 역시 인류 역사상 현대인밖에 없습니다.​

프라이스 박사는 다만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이 사람들은 생선을 많이 먹거나 목축을 하는 부족들에 비해 신체의 완벽성이 떨어진다고 기록합니다. 그는 이들이 키가 작고 살집이 통통했으며, 용기가 부족하고 지략이 떨어져 타 부족에게 지배당했다고 쓰지요. 이들의 충치율은 6~7%가량이었으며, 몇몇 노인들은 이가 완전히 빠져있었습니다.

또, 결혼 전 집중적인 영양 섭취 기간이 6개월로, 프라이스 박사가 살펴본 모든 원시 집단 중 가장 길었습니다.

다만, 이는 인간 종으로서 거의 완전무결한 대상들과 비교해 열등할 뿐, 농경 부족 역시 여전히 현대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있습니다. 이들에겐 치약은커녕 칫솔도 없었다는 점을 기억하시나요? 치약, 칫솔, 치과가 지천으로 널린 우리나라의 충치율과 비교하자면 6~7%는 극히 낮은 수치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만성 질환도 월등히 적게 앓았지요.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요? 미국의 표준 식단을 따르는 일반적인 미국인들은 하루 칼로리의 75%를 식물성 식품에서 얻습니다. 이 아프리카의 농경 부족들 역시 대부분의 칼로리를 식물성 식품에서 얻지요. 그런데 왜 현대인은 온갖 "최신 의학"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갈수록 더 아프고, 이 원시 아프리카인들은 대체로 건강한 수준에 머물렀을까요? 물론 한 가지 이유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다음 편에서 발효와 곡물의 올바른 섭취 방법에 관해 자세히 다루며 그 비밀을 한 꺼풀 벗겨 내보겠습니다.